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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이민호의 새로운 도전

‘구준표’에서 ‘김탄’으로, 이민호가 돌아왔다. SBS 수목극 <상속자들>에서 “나 너 좋아하냐?”라는 한마디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대한민국은 지금 ‘김탄앓이’ 신드롬에 빠져 있다.

On December 13, 2013


지난 2009년 안방극장에서 이민호는 혜성이었다.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신예로 금세 스타덤에 올랐다. 대중은 그때부터 이민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게 불과 4년 전 일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민호는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4년에 불과하다. 그전까지는 그의 이름도, 얼굴도, 존재도 모두 낯설었다.

하지만 이민호는 지난 4년의 시간으로만 제한을 두기에는 아까운 배우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연기 인생은 10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부터 단역과 조연을 거쳐 주연이 됐고 스타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반짝 하고 나타난 것이 아닌 셈이다. 지금 정상의 자리에 있는 것은 단순히 운이 아닌, 이민호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돌이켜 보면 이민호는 꽤나 착실하게 한길을 걸어왔다. 스타덤에 오르기 전에는 밑바닥부터 시작했고, 스타가 된 후에는 일 년에 한 작품씩 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스스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뒤에는,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캐릭터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천천히 성장했고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2013년, 이민호는 다시 비상하고 있다.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을 이끌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더 이상 스타성이 아니다. 부쩍 향상된 연기력과 성숙해진 자세가 돋보인다. 진정한 주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스타 이민호’가 아닌 ‘배우 이민호’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민호는 지금까지 약 12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지난 2003년 KBS <반올림>을 시작으로 MBC <논스톱5>(2004), MBC <사랑찬가>(2005), EBS <비밀의 교정>(2005) 등에 얼굴을 비췄다. 대부분 단역에 불과했다. 자연히 이민호를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07년에 첫 기회를 맞았다. SBS <달려라 고등어>의 주연 자리를 꿰찬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결과는 아쉬웠다. 이 드라마는 저조한 시청률로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같은 해 그는 KBS <아이 엠 샘>에서 조연으로 연기했고, 다시 칼을 갈기 시작했다.

기회는 머지않아 다시 찾아왔다. 2009년 <꽃보다 남자>를 만난 것.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듯 이민호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가 구준표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자, 최대 시청률 30%대까지 오르며 대박 행진을 하게 됐다.

갑자기 쏟아진 관심과 인기, 하지만 이민호는 차분하게 다음 작품을 준비했다. 다양한 장르로 시야를 넓히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개인의 취향>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했다. 비록 만족스러운 시청률은 얻지 못했지만 고등학생 이미지를 벗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지난 2011년에는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SBS <시티헌터>에서 날카로운 남성미를 어필한 것. 이민호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년의 걸음
2013년,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재벌남’ 캐릭터를 다시 택한 것이다. 그것이 <상속자들>의 김탄 역이다. 게다가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접하려고 노력한 것과 사뭇 다른 노선이었다.

이번에 복귀작으로 <상속자들>을 택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민호는 지난 10월 7일 열린 <상속자들> 제작발표회에서 “<꽃보다 남자>가 끝나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연기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상속자들>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즉 비슷한 재벌남이어도, 똑같은 로맨틱 코미디여도, 달라진 연기로 신선함을 주겠다는 의지였다. 이민호는 “재벌남이라는 점에서 구준표와 비슷한 신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중반, 자기 나이의 에너지를 마음껏 느끼고 터뜨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는 “언제부턴지 기뻐도 기쁘지 않고 슬퍼도 슬프지 않았다. 희로애락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 같다”면서 “20대 초반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이번 드라마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속자들>에는 김은숙 작가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여기에 박신혜, 김우빈 등 또래 연기자들과 함께 한다. 덕분에 이민호는 힘을 빼고 연기할 수 있게 됐다. “<시티헌터>

<신의> 등에서는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다”면서 “이 드라마는 PD, 작가, 동료들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상속자들> 캐스팅이 확정된 후 이민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캐릭터 설정이다. 그가 생각했을 때, 김탄은 상처가 많은 캐릭터다. 재벌가의 상속자지만 서자다. 하나뿐인 형은 자신을 경멸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친모까지도 온전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기 스타일도 여기에 포인트를 뒀다. 상처가 깊은 인물임을 고려해 표현 수위를 조절했다. 남들에게 쉽게 속마음을 들키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 자기 자신을 누르고 절제하는 것만이 지금의 김탄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소속사 스타우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민호가 김탄 캐릭터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분석했다. 김탄이 지닌 외로움과 쓸쓸함에 주목해 연기하고 있다”며 “사실 절제 연기 자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와 맞아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덕분에 촬영 현장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다는 것. <상속자들> 제작진에서는 “이민호가 캐릭터에 체화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몰입도 높은 연기에 현장의 또래 배우들마저 탄성을 연발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이민호가 시도한 연기
이민호식 절제 연기는 눈빛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설렘, 슬픔, 분노, 혼란, 능글맞음, 쓸쓸함 등의 감정을 눈빛만으로 적절하게 담아낸다. 눈을 보고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짐작할 수 있게끔 한 것.

이를 증명하듯 시청자 사이에서는 ‘빨대 눈빛’ ‘CG 눈빛’이라는 별명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이민호는 차마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속내를 눈빛과 얼굴 표정에 담아 표출한다”며 “무언의 대사들로 ‘극강의 안면 화법 종결자’로 등극했다”고 칭찬했다.

눈빛에 힘을 싣는 대신 목소리 톤은 최대한 건조하게 설정했다. 사랑 고백을 할 때도, 화를 낼 때도, 상처를 받을 때도, 담담하게 내뱉는 편이다. 만약 대사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진다면 감정 과잉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소속사 관계자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감정의 강약 조절이 훌륭하다”며 “탁월한 캐릭터 해석을 통해 섬세하고 절제된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깊이 있는 눈빛 연기로 이민호만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분명 이민호는 성장했다. 표현력은 깊고 섬세해졌다. 제작발표회에서 그가 한 말처럼 이민호는 성숙해져 있었다. 주목할 점은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성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자기 자신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출연 배우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절제 연기를 유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절제 연기는 배우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연기 톤이 잔잔해 돋보이기 쉽지 않아서다. 강렬한 캐릭터와 맞붙기라도 하면 자신의 캐릭터가 묻힐 수도 있는 일이다.

이민호 역시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가 절제하면 할수록 상대 배우가 돋보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상속자들>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인물은 김우빈이다. 그는 폭발력 있는 최영도 캐릭터로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민호는 아쉬운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자신보다 주변 인물들이 돋보여야 드라마가 살기 때문이란다. 여느 배우들과는 다른 반응이다. 사실 또래 배우 사이에서는 극에서 자신이 좀 더 돋보이고 싶어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이민호 측은 “김탄 외의 캐릭터들이 강하다. 여기에 김탄마저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야 다른 캐릭터도 빛난다. 결국 그것이 드라마가 잘되는 길이다. 최영도 캐릭터가 빛나서 다행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민호는 정상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그것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연기로 나타났고, 그는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제 겨우 26세.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았다. 어쩌면 이민호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CREDIT INFO

기획
장은성
서주희
2013년 12월호

2013년 12월호

기획
장은성
서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