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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와 함께한 N번의 이별

On September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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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이별은 서로를 진하게 사랑했던 두 사람과 이소라, 그렇게 3명이 같이 하는 거랬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플레이리스트를 손본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중에서도 이소라는 매해 가장 먼저 검색하는 아티스트다. 절절한 가사와 음색이 일품인 그녀의 노래들을 수년째 듣고 있지만 그 계절, 그 시간대를 지내는 내 마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이소라의 힘이다. 걸 그룹 있지와 에스파의 노래를 들으며 여름의 더위와 맞서 싸웠다. 그리고 계절을 돌고 돌아 집을 찾아가듯 이소라 노래로 돌아간다. 진정 가을이 오려나 보다.

쌀쌀한 날씨, 쓸쓸함을 달래는 데 이소라 노래만 한 특효약이 없다. 내가 느끼고 있는 절망보다 더 큰 절망을 노래해 마음에 생긴 구멍을 메운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바람이 분다’ 중),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봄’ 중). 절망이 때론 아름답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이소라를 통해 배웠다. 무너진 마음을 붙잡고 다시 일어나본다.

그녀의 노래는 이별의 순간에도 함께했다. 첫 연애에 처절하게 패배하고 길에서 목 놓아 울던 그날,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정처 없이 거리를 걷던 그날, 내게 위로를 건넨 건 아무런 연고도 인연도 없는 이소라였다. 민망하지만 홀로 노래방에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무한 반복으로 열창한 때도 있다. 이소라의 손을 붙잡고 슬픔의 바닥 그 어디쯤으로 향했고 언제나 그렇듯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별 동반자였다. 이소라와의 내적 친밀감으로 따지자면 그녀의 노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윤오’를 이소라 대신 복수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녀가 바란다면 말이다.

음악의 힘을 믿게 된 것 또한 그녀 덕이다. 위로가 필요하지만 누구에게도 손 내밀고 싶지 않을 때 이어폰을 양쪽 귀에 꽂는다. 그리고 듣고 싶은 노래를 틀어놓고 상념에 잠긴다. 때론 사람보다 음악이 주는 위안이 더 크고 따뜻하다. 세상의 순리에 따라 해가 뜨면 움직이고 해가 지면 잠들기를 반복했을 뿐인데 어른이 됐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만 자라났다. 가끔씩 어리광을 피우고 싶고 나 좀 바라봐달라고 떼쓰고 싶다. 누구나 그런 시간이 있지 않나. 유아적인 마음이 머리와 마음을 지배하는 순간 말이다. 그럴 때도 이소라를 찾는다. 어른의 방식(?)으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노래를 들으며 속으로 어리광을 피워본다. 나 좀 바라봐달라고 외쳐본다. 올해 가을과 겨울도 그녀와 함께할 참이다.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소라 없는 추운 계절은 너무 쓸쓸해.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0월호

2022년 10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