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네이버 밴드 유튜브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ISSUE

ISSUE

정부는 '액상형 전자 담배'에 레드카드를 들었다

지난해 담배 수입액은 1,547만 달러(약 184억 9,000만원, 관세청 기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자담배의 인기 때문이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칼을 빼 들었다.

On December 11, 2019

3 / 10
/upload/woman/article/201912/thumb/43503-394560-sample.jpg

 


지난 10월 23일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관련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건, 사망 사례가 33건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의심 사례 1건이 보고된 것에 따른 조치다. 아직까지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없지만 예방 차원의 권고다. 관련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하라는 것. 특히 아동·청소년과 임산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비흡연자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소매점, 판매 중지 선언

업계는 신속하게 반응했다. 편의점, 대형 마트, 면세점 등에서 향이 들어간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지한다고 밝힌 것. 그동안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의 급격한 전자담배 사용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맹비난을 받아왔다. 보건복지부의 조치에 따라 급한 불부터 끈 대처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를 의뢰해 11월까지 분석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 후 제품 회수, 판매 금지를 비롯해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등 정보 제출 의무화, 가향 물질 첨가 금지 등 관련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이는 국회에 계류 중인 담배 정의 확대·담배 유해 성분 제출 및 공개 의무화·가향물질 첨가 금지 법안이 통과돼야 추진 가능하다.

담배의 종류는 크게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로 나뉜다. 일반 담배는 종이로 연초를 말아 만든 담배로, 불을 붙여 피우는 담배다. 전자담배는 기기를 이용해 담배를 피우는 것인데, 다시 궐련형(가열)과 액상형, 폐쇄형으로 나뉜다.
 

궐련형·액상형·폐쇄형

궐련형은 담뱃잎을 쪄서 피우는 방식으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코스’ ‘글로’ ‘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액상형은 니코틴 희석 용액을 끓인 후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 하얀 수증기가 특징으로 사업자가 직접 용액을 제조해 판매한다. 폐쇄형은 액상형에 속하지만 카테고리가 다르다. 니코틴 희석 용액을 카트리지에 주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최근 수입되기 시작한 미국의 ‘쥴’이 이에 속한다.

문제는 전자담배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으로 만든 것’으로 정의되는데, 액상형 전자담배는 줄기나 뿌리에서 니코틴을 추출해 만들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담배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해 성분 검사를 피해왔다. 이는 사업자가 직접 용액을 제조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어떤 유해 물질이 함유됐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액상에 들어간 액상 대마(THC)와 비타민 E 아세테이트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해당 물질이 함유된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해당 물질이 함유된 액상이 발견된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 중 어느 것이 더 유해할까?
 

무엇이 더 유해할까?

답은 아직까지 물음표다. 일반 담배의 경우 오랜 기간 추적 관찰을 통해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2000년 이후 등장해,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전자담배는 아직까지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 그럼에도 전자담배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전자담배 사용률이 20년 사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감소한 흡연율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전자담배 사용률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남성의 경우 2017년 4.4%에서 지난해 7.1%로 사용률이 크게 늘었고 여성은 같은 기간 0.4%에서 1.1%까지 늘었다. 청소년의 사용률도 2.7%에서 3.2%까지 증가했다. 일반 담배처럼 독한 냄새가 아닌 과일·사탕·디저트 향 등이 난다는 점,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낮다는 인식 등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자담배협회 측은 “보건복지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는 코미디”라며 “근거 없는 위험성을 이유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시장의 음성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럼 일반 담배는 어떨까

보건복지부의 발표 후, 일각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신 일반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그나마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종류가 무엇이든 담배가 암을 일으키고 혈관을 망가뜨리는 것은 매한가지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일반 담배에 발암물질이 69종이나 있고, 그로 인해 숨지는 사람은 매년 6만 명이 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똑같거나 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12월호

2019년 12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